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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되돌아 보며

9년전의 입영통지서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에게나 병역의 의무가 있습니다.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자국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은 강력한 국방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신성한 의무입니다만 인생에서 한창때라고 할 수 있는 20~24살에 군대를 가야한다는 것은 참 억울(?)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이자 러시아,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의 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반도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또 한 번의 불행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남성의 인생에서 공통된 관심사 중에서 단연 으뜸인 것은 바로 군대얘기, 축구얘기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입니다. 물론 여성분들에게는 참 지겨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지입니다. 하지만 우리 남성에게 군대란 낯선 환경에서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으로 힘든 시기를 함께 하니 이야기거리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군대... 한 번은 갈 수 있지만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 훈련소, 자대... 수양록 등등 떠올리기 싫은 기억일수도 있지만 남성들의 얘기의 단골메뉴인 군대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남성들이 이행해야만하는 병역의 의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징병검사통지서 그리고 입영통지서를 받았던 날이 기억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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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없던 스무살의 어느 날 저와는 전혀 상관없게만 느껴지던 군대가 갑자기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인권보호차원에서 신체를 전부 노출하는 일이 없다고 하던데 제가 신체검사를 받을 때(1997년)만해도 비뇨기과쪽 검사에서는 행정업무를 보는 여성들이 근처에 있었는데도 검사용 팬티를 내려야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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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검사를 받고 난 2년 후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스물 한 두살의 청년에게 군대로 오라는 저 한 장의 종이보다 청천벽력같은 것이 또 있을까요...? 그리고 이때만큼 군대관련 노래(이등병의 편지, 입영열차안에서, 훈련소 가는 길 등등)들이 생각나는 때가 있을까요? 세상이 무너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내가 없으면 이 세상은 도저히 멈춰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주 잘 돌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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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영통지서의 뒷면에는 입대할 때 알아야 할 사항들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정당한 사유없이 입영하지 아니한 때에는 병역법의 규정에 의거 3년이하의 징역형... 또 도망... 징역... 가중처벌이라는 글자만이 크게 보입니다. 군대! 안가면 안됩니다... ㅠㅠ

 막연한 두려움 속에 시작된 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만 갑니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주변 환경들과 언어 그리고 겪었던 일들이 첫 휴가와 남은 인생동안의 이야기거리로 쌓여갑니다.
 군대에 가면 입대하는 그 순간부터 자기소개서, 수양록 등등 왜 그렇게 써야할 것들이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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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강제적으로 써야만 했던 훈련소 시절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수양록을 잘 쓰지 않습니다만 저는 될수 있으면 열심히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겹고 힘든 군대였지만 수양록을 열심히 써 둔 덕분에 가끔씩 펼쳐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땐 생각이 참 어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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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의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간다고 했던가요. 하루 하루 보내다보니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 그리고 전역. 남이 가면 2달보다 짧은 것 같지만 내가 가면 20년보다 길게만 느껴지던 2년 2개월의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1999년의 무더웠던 7월에 입대해서 자대를 가니 99년 11월에 제대하는 한 말년 병장이 저의 제대 날까가 언제냐고 물어봅니다. 2001년 9월이라고 하니 그 날이 오긴 오냐고 합니다...^^; 신병에게는 정말 모질고 저주와 같은 말이었지만 그 날이 온지도 벌써 7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세월은 참 유수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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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예비군 훈련에서도 벗어났지만 20대 초반의 군대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합니다. 물론 군대는 싫지만 제대만이 유일한 목표이자 걱정거리였던 저때의 시간이 욕심이 납니다. ^^


 책상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징병검사서와 입영통지서가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아직까지 선임과 후임 서너명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직까지 연락하는 전우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오랜만에 안부전화 한 번씩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면 만나서 시원한 맥주를 한 잔씩 나누며 그 때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대에 있는 시간은 참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흘러가는대로 나를 맡기면 건강하게 전역할 수 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은 정말 아까운 시간이 될수도 있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만들고 사회생활을 미리 체험한다고 생각하면 참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자신의 젊음을 나라를 위해 열심히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 동생들이 있어서 우리 대한민국은 든든합니다. 앞으로 군대를 가게 될 동생 여러분들도 강제로 끌려 간다는 생각보다는 내 가족 내 친구들을 위해서 지킴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한결 뿌듯한 군생활을 보내시게 될거라 믿습니다. 대한민국 군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