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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스무살 이후 10여년만에 가 본 이발소

 요즘에는 여성들은 두 말할 것도 없고 남성들 역시 머리(카락)를 자를 때 이용하는 곳은 대부분 미용실(美容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화가의 미용실은 좁은 구역안에서도 5~6개 혹은 그 이상이 몰려있을 정도로 성업 중입니다. 미용실은 더이상 단순히 머리만 자르는 곳이 아닙니다. 미용실은 '아름다울 (美), 얼굴 (容), 집 (室)'이라는 한자가 결합한 단어인 만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이나 남성들을 위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 가부장적인 요소가 강했던 시절에는 미용실 가는 남성을 조금은 어색하게 혹은 이상하게 보기도 했던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역시 스무살까지는 머리를 깎을 때 줄곧 이발소만 다녔습니다. 남성들은 이발소 가는게 당연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던 스무살 때부터는 그동안 억눌렸던 것에 대한 반항심이 컸던 탓일까요? 염색도 해보고 싶고 특이한 헤어 스타일도 해보고 싶어서 당시까지 '금남(禁南)의 집'처럼 느껴지던 미용실에 처음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가본 미용실은 늘 이용했던 이발소가 조금 어두침침하고 습한 느낌이 있었던 것과 달리 밝고 깔끔했었습니다. 그리고 여성분이 제 머리를 깎아주는 것도 꽤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는 쭉 미용실을 다니게 되었고 군대를 갈 때도 제대후 지금까지 10여년간은 미용실만을 이용했었습니다. 그래서 남성들도 갈 수 있는 미용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여성들은 이용하지 않는 이발소는 미용실에 남성 손님들 다 빼앗겨 점점 음지로 내몰렸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발소하면 으레 '퇴폐 이발소' 혹은 아저씨들만 이용하는 곳으로  생각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성들은 실연이나 큰 변화를 주기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 미용실을 찾게 되는 주기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긴 머리나 특이한 헤어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보통 남성들은 한 달 혹은 두 달마다 꼭 머리를 깎아서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는게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이나 경기지방에는 폭우가 쏟아지던 엊그제 제가 있는 부산은 너무 더웠습니다. 그래서 더워 보이기도 하고머리를 자를 때도 되었고 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미용실은 가는 곳마다 방학을 맞은 학생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머리 자르는 것을 포기하려던 찰나 이발소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발소 표시등(?)이 보이길래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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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발소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간 이발소도 예전에 가던 이발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먼저 와 계신 손님이 있길래 가만히 앉아서 이발소 내부를 둘러 보았습니다. 여전히 이발소 특유의 의자가 있고 미용실의 각종 파마약, 스프레이 등과 같은 냄새 대신 남성 특유의 냄새가 났습니다. 그리고 이발소내에는 옷을 좀 많이 덜 챙겨입은(?) 여성분들의 사진이 걸려있고 스포츠 신문, 무협지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들. 사춘기가 한창일 때는 이발소의 사진들이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볼 수 있었던 빨간 사진들이었음이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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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발소는 미용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첫째, 분위기가 다르다. 신나는 최신가요 혹은 팝송 대신 트로트나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듣는다.

둘째, 파마약이나 염색약 혹은 스프레이 등의 냄새와는 달리 남성 특유의 냄새가 난다.

셋째, 다양하고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모델들 사진이나 잡지 그리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컴퓨터 대신 부실하게 입은 여성들의 사진과 시사, 스포츠 신문 그리고 TV가 있다.

넷째, 세밀한 가위질이나 손질보다는 무뚝뚝하지만 정(情)감이 느껴지는 가위질이 있다. 그래서 세세한 스타일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스타일을 만들어준다.

다섯째, 주로 뒤로 눕혀서 부드럽게 머리를 감겨주기보다 머리를 숙이게 하고 시원하게(박박) 머리를 감긴다.

여섯째, 머리를 감겨준 후 세수를 하라고 조그만 세수대야에 물을 받아준다.

일곱째, 여성 손님들을 절대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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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가 본 이발소는 모든 것이 빠르게만 변해가는 세상속에서도 아직 많이 변하지 않아서 참 반가웠습니다. 물론 이제는 젊은 남성분들보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으로 우리 주위에서 보기 힘들어졌지만 남성특유의 정(情)이 가득 넘치는 곳으로 남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