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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되돌아 보며

군대가면 이런 사람 꼭 있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병역 의무는 자원이 아닌 강제 의무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한창 때라고 할 수 있는 20~23살에 가장 권위적이고 경직된 군대라는 조직에 강제로 편입되어 다양한 사람들과 2년여의 시간을 함께 생활해야하는 만큼 참 다양한 일들이 생깁니다.
 군대하면 어떤 일들이 떠오르시나요? 또 어떤 유형의 사람들이 떠오르시나요? 오해와 편견으로 싫어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만난다면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전우들이 무척 반가울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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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훈련도 작업도 척척, 나는 군대가 딱이야! 전형적인 군인
군대 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군대에 체질인지도 몰랐다가 종종 사격을 비롯한 각종 훈련뿐만 아니라 각종 작업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대가 조금씩 다가올 때쯤 사회에 돌아가봐야 딱히 할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 심각하게 직업 군인을 고려하게 됩니다. 일반병으로 근무하다가 하사관을 지원하시는 분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속칭 군대에 말뚝 받는다고도 합니다.

둘, 군대는 무조건 원리원칙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갓 임관한 원리원칙주의(FM) 소대장
ROTC나 3사관학교 혹은 육사를 졸업해서 갓 임관하신 소대장들이 중대로 오게 되면 말년 병장들과 후임병들은 정말 피곤합니다. 모든 일을 교육받은(FM) 대로 처리하려는 소대장과 군생활을 다 꿰고 있는 병장들이 만났으니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사실 계급은 소위일지라도 갓 임관한 소대장들은 이등병이나 다름없지요. 하지만 FM을 추구했던 소대장들이 서너달 지나면 말년 병장보다도 더한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

셋, "너희 지역출신들은 다 싫어~!" 특정 지역출신을 싫어하는 사람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지역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정치적 색채가 많이 엷어져서 조금 덜 하긴 하지만 지역적에 따른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같은 부대에서 한솥밥을 먹는 전우들끼리 어느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워하고 배척한다면 안되겠죠? ^^ 정치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숙한 민주의식을 지닌 우리 청년들이 정치꾼들이 표모으기 위해 만들어낸 지역주의 공작에 빠지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넷,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대체 언제 적응할래~" 제대하는 날까지 어리버리 고문관
고문관이 있는 부대는 그 고문관이 제대하는 그 날까지 피곤합니다. 짬밥을 먹어도 다 어디로 먹었는지 훈련이면 훈련, 작업이면 작업 다 따라다니면서 알려줄 수도 없는데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전체 부대원들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제발 정신 차려~~!

다섯, "언젠가 저희 지역에 오시다면 제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지겠습니다"는 호언장담 후임병
신병때부터 자기를 잘 챙겨주는 선임병이 제대해서 나갈 때 제대해서 꼭 연락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 오면 잘 대접해주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대해서 연락하면 전화를 받기라도 하나 설령 전화를 받더라도 만나주기를 하나... 잘 챙겨줬던 후임병이 있었습니다. 제가 제대하는 날 주소를 불러달랍니다. 자기 여자친구한테 우리집으로 손목시계를 소포로 부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대후 한 달, 두 달... 지금 7년째 기다리고 있습니다. "X선아~ 보냈다는 그 시계 아직 못 받았다... 어떻게 된거니...??" 차라리 말이라도 하지 말지...

여섯, 초코파이의 개수에 따라 종교가 달라지는 초코파이교 신자
주로 먹어도 먹어도 늘 배고픈 후임병 시절에는 초코파이를 하나라도 더 주는 종교에 귀의하게 됩니다. 물론 요즘 군인들은 잘 먹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덜하겠지만 독실한 종교인이 아니면 먹을 것에 따라 혹은 그날 어떤 행사가 있느냐에 따라 종교 유형이 달라집니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먹을 것만 많이 주면 다 좋아요~ ^^;

일곱,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잘 하자... 줄 설 때만큼은 정말 재빠른 사람
군대에서 어떤 일을 잘하면 그 일이 있는 날이면 늘 부름을 받기 때문에 적당히 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어찌보면 조금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보통 남성들은 친척이나 선배들로부터 '군대는 줄이다'라는 진리(?)를 한 두 번정도 듣고 군대를 가게 됩니다. 물론 요즘은 거의 모든 병과를 컴퓨터가 전공별로 분류하는데다 자기가 원하는 병과에 지원하기 때문에 줄을 어디에 서느냐에 따라 보직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대내 작업이나 훈련시 어떤 조가 먼저 밥을 먹는지를 결정할 때는 어느 줄을 서느냐가 하루를 좌우합니다.

여덟, 비록 내가 선임병이지만 정말 무서운 인상과 욱하는 성격의 소유자 후임병
사회에서 뭘하다가 왔는지 한 인상하는 외모, 욱하는 성격... 내가 선임병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인상파 후임병보다 늦게 왔다면 군생활내내 피곤했을겁니다. 중대의 군기반장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그래서 그 후임병이 가끔씩 오버를 해도 선임병들은 대개 봐줍니다. 아니... 건드리지 않는거죠... ^^;

아홉, 요리조리 잘도 빠지는 뺀질이
선임병이든 후임병이든 같이 있으면 참 얄미운 사람입니다. 일은 하는 듯 한데 뺀질이가 한 것은 어째 티도 잘 안나는 것 같고 부실해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부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서 싫지는 않습니다. 대신 조금만 더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

열, 때려잡자~! 바퀴벌레
아... 입대한 첫 날 듣게 되는 말중의 하나가 '전국 어느 부대를 가던지 중대 구석구석 박혀있는 바퀴벌레들을 조심해야한다'입니다... 바퀴벌레들은 한 두명을 찍어서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사건건 사람을 괴롭힙니다. 특히 그 바퀴벌레가 중대의 최고 선임병이 되었을 때는 하루하루의 분위기가 그 바퀴벌레의 기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군대의 부적응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국방부 장관이었으면 너만큼은 병역면제 도장을 찍어줬을텐데..." 어디 강력한 살충(?)제 없나요??

열하나, 늦은 나이에 입대한 큰 형벌 후임병
나이로만 보면 이미 제대해서 예비군 4~5년차 훈련을 받아야할 나이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늦게 입대한 병사들을 보노라면 참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동생들 사이에 낀 형님이 눈에 띌 수 밖에 없습니다. 구보를 하거나 작업할 때도 힘들어보이고... 시간이 흘러 자대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가끔 나이로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도 간혹 있습니다. 형~! 군대는 나이가 아니고 계급이야~ 계급!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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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군 생활은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고 신성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인만큼 병역의 의무는 피할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가 분단국가가 아닌 통일국가였다고 해도 우리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 군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지구촌'의 이웃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은 여전히 자국의 이익에 따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튼튼한 국방력이야말로 지구촌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필수 요소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도 있듯이 이왕하게 된 군생활이라면 즐겁게 해야하지 않을까요?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 어찌 다양한 지역출신과 다양한 분야에 있던 또래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겠습니까?

 온국민이 올림픽 경기의 한 장면 장면에 환호하고 탄식하는 이 뜨거운 여름에도 자신의 젊음을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군인 동생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힘겨운 하루 하루이지만 국방부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그대들이야말로 진정한 금메달리스트입니다. 힘내십시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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