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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거가대교를 달려 통영케이블카를 타다


 지난 해 12월 14일 공식개통을 한 거가대교는 부산의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다리입니다. 언론을 통해 수없이 많이 보도되었다시피 건설부터 개통까지 부산·경남은 물론 타지역에까지 화제가 되었습니다. 거가대교는 17일간의 무료통행을 마치고 2011년 1월 1일부터 통행료 10,000원(소형차 기준)을 받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거가대교의 무료통행이 가능한 며칠동안 3번정도 왕복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번은 TV에서 거가대교 개통 소식을 보시고 당신을 한 번 데려다달라시는 부모님 때문에 가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수많은 다리중에 하나였지만 부모님께는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옛말처럼 아이처럼 가보고 싶어하는 부모님을 뿌리칠 수 없어서 피곤함을 무릅쓰고 거가대교로 차를 몰았습니다.

 무료통행이 가능한 때까지 거가대교를 보러 오는 분들이 많아서 정체가 빚어진다는 주말. 아침 일찍 나선 덕분에 집에서 거가대교를 통과해 거제휴게소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 남짓. 정말 빠르긴 합니다. 이른 시각이라 해무때문에 거가대교의 사장교 두 개가 흐릿하게 보이는데 제 블로그의 열혈독자 KBH님이 한마디 하실 것만 같습니다. ^^;; 왼쪽 화살표는 3주탑 사장교, 오른쪽 화살표는 2주탑 사장교의 모습입니다.

 사실 거가대교의 백미는 바닷속 48m까지 내려간다는 침매터널인데 제가 운전자이자 찍사였기 때문에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침매터널은 해저터널이긴 하지만 머리 위로 지나다니는 물고기나 물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반터널처럼 별다른 느낌은 없습니다. ^^;; 그냥 바닷속으로 길을 냈다는 경이로움만 있을 뿐.
 
 거가대교를 지나 거제도쪽에서 유턴을 한 후 거제휴게소에 도착해서 거제의 바다를 보며 심호흡하고 차가 많이 몰리기 전에 집에 가려는 찰나...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십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통영에 가서 '케이블카'도 타보고 가자..." 
 
 헉...!! 아버지는 한사코 그냥 가자고 하시는데... 몇 초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운전대도 제가 잡고 있고 아들은 늘 엄마편이니까... 통영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거제휴게소에서부터 부지런히 40분을 달려서 통영케이블카 타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저희처럼 각지에서 거가대교를 타고 통영까지 오셨는지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통영케이블카는 미륵산(461m)을 편하게 올라가 한려수도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관광상품입니다.

 성인 1명당 9,000원(왕복기준)을 내고 우리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정식 명칭은 '통영케이블카'가 아니라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였습니다.

 케이블카 1대당 성인 8명이 탈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이 무거운 분들은 예외겠지만요...^^;;

 끊어질듯 아슬아슬한 줄에 매달린 케이블카는 미륵산을 향해 슬금슬금 올라갑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소고포증이 있겠지만 케이블카가 출발한 다음에서야 보통 사람보다 좀 더 심한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게 저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 내리지도 못하고... 부디 뉴스에 나오는 일이 없도록 고장없이 한 방에 올라가주기만을... 

 아무리 튼튼한 케이블이라도 너무 많은 케이블카가 매달린 건 아닌가요.... ㅠㅠ 바다도 하늘도 싫습니다. 저는... 무조건 땅이 좋습니다...

 케이블카 아래로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 사람들도 보이고 멀리 통영 바닷가도 보입니다.

 두려움(?)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올라오기를 10분 남짓. 케이블카에서 내려 한려수도의 고장 통영 바닷가를 바라봅니다. 산과 바다가 조화를 이룬 통영. 어머니 덕분에 좋은 구경합니다.

 미륵산은 정상이 해발 461m로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주변이 바다라서 정상에 오르면 탁트인 통영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갈래길에서 고민하지 마세요. 어느 방향으로 가셔도 정상까지 가실 수 있답니다. ^^





 미륵산 정상부근에 있는 방향표지석으로 제주도(226km)보다 대마도(95km)가 훨씬 가깝다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과연 대마도는 우리나라 땅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ㅎ 독도는 우리땅~ 대마도도 우리땅~♬



 TV드라마로도 여러번 제작되었던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이신 고(故) 박경리 선생의 고향이 통영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막연히 하동 어디쯤일거라 생각했었는데... 박경리 선생의 묘소가 저 멀리 어렴풋이 보입니다.  

  광학 20배줌을 최대한 활용하여 고(故) 박경리 선생의 묘소를 찾아봅니다.

   저 어디쯤일텐데... 부디 좋은 곳에서 좋은 글을 쓰고 계시길 기원해봅니다...


 아이들처럼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어하시는 부모님이 휴일 아침의 달콤한 늦잠을 방해받긴 했지만 흐르는 세월속에 많이 늙으신 부모님께 아주 잠시였지만 그간의 불효를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통행료가 10,000원(소형차 기준)으로 비싼 것이 아주 이긴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시원한 바닷길을 달려보고 싶은 분들에게 거가대교는 꽤 매력적인 다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