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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고양이털 알레르기

by 도도아빵 2024.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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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종 알레르기로 고생하시는 분들 많이 계시죠? 여러 해 전 아들이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서울에 있는 지인 집에 놀러갔다가 식겁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날의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Image by  K L  from  Pixabay

 

지방에 사는 저희 부부는 아이들에게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은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2018년 8월 초 여름 휴가차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갔었습니다. 지방에서는 해볼수 없는 다양하고 즐거운 체험을 2박 3일동안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인 토요일 오후 잠시 지인 집을 들렀습니다. 그 집에는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겁이 많았던 딸은 고양이를 만지지 않았지만 아들은 고양이가 귀엽다며 연신 쓰다듬고 예뻐했습니다.

 

아들은 고양이를 만지기 시작하고 5분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온몸을 계속 긁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아들이 평소 아토피가 있어서 그런가보다하고 갖고 있던 로션을 여러번 발라주었지만 아들은 온몸을 긁었다 멈추기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러다가 긁는 것이 어느정도 잦아드는 것 같길래 지인에게 얼른 집에 가야할 것 같다며 서둘러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그날은 토요일 오후였던 터라 서울 시내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혀서 꼼짝 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제 신경은 온통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하나 싶은 생각에 쏠려있었습니다.

 

그때 아이들과 함께 뒷자리에 앉아있던 아내가 얼른 병원을 가야할 것 같다며 저를 다급히 불렀습니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아들은 몸뿐만 아니라 목까지 온통 붉게 부어오르고 숨쉬기도 힘들어 보였습니다.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마치 알레르기 반응인 것 같았습니다. 차를 도로 밖에 세운 후 정신없이 병원을 검색했습니다. 낯선 서울의 초행길인데다 한여름의 토요일 오후 그리고  내비게이션에서 어렵게 찾은 병원들도 대부분 토요일 휴진이라  에어컨을 틀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너무 난감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내비게이션을 찾고 또 찾아 현재 진료중이라는 소아과를 발견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곧장 병원에 전화를 걸어 지금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현재 아이의 증상을 말씀드리니 얼른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 병원까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가서 병원 입구에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내려주었습니다.

 

서둘러 주차를 하고 진료실로 가보니 평소 주사를 맞아도 울지 않던 씩씩한 아들은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진료를 하시던 선생님이 아들에게 '아픈 주사도 안 맞았는데 왜 그렇게 우냐'고 물으셨고 아들은 너무 속상해서 그렇다고 선생님께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신 선생님이 아들의 말투가 서울과는 다른 걸 아시고 '멀리서 온 친구 같은데 뭐가 그렇게 속상하냐'고 다시 한번 더 물으셨고 아들은 '너무도 오고 싶었던 서울에 즐겁게 놀러왔는데 이렇게 병원에 와야하는게 너무 속상하다'며 더 크게 울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서울까지 놀러와서 이렇게 병원에 오게 된 건 많이 속상하겠지만 크게 다치지 않고 약만 먹으면 금방 없어지는 알레르기 증상이라 너무 속상해하지말라'시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셨습니다. 의사선생님의 따뜻한 그 말씀이 위로가 되었는지 아들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은 저희 부부에게 아이가 이렇게 되기 전에 혹시 뭘 만지거나 먹은게 있는지 한번 더 물으셨는데 먹은 것에는 특이한 점이 없었고 만진 것 중에서는 지인 집의 고양이가 떠올랐습니다. 그랬더니 의사선생님은 아무래도 고양이털 알레르기인 것 같다며 처방전을 주셨고 저는 그길로 곧장 약국에서 약을 사와서 아들에게 먹였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아들 몸에 올라왔던 붉은가렴움증은 눈녹듯 금새 사라졌습니다.

 

낯선 서울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없이 연락드렸음에도 저희 부부가 당황하지 않도록 차분히 안내해주시고 서러워서 우는 아들에게도 따뜻한 위로와 정성스럽게 진료를 봐주셨던 그 의사 선생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이런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응급상황에서도 빠르게 치료를 받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의료의 안전망이 참으로 든든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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