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야 늘상 타고 다니는 교통수단이지만 점심때쯤 탈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점심때쯤 우연히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평소였다면 학교에서 한창 공부하고 있어야 할 학생들이 지하철역에 삼삼오오 많이 모여있었습니다. 아마도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어폰을 꽂고 있는 저에게도 들릴만큼 어디선가 꽤 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큰 소리가 나나 싶어 뒤를 돌아보니 여학생 둘이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커지는 것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어서 들어봤습니다.
본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세상에~!! 온통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아마 그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방송에 내보냈다면 "삐~~ 아무개가 삐~~ 그리고 했다더라. 뭐?? 삐~~가?"
'삐~~~' 소리만 듣게 되었을법 합니다.
어이없었지만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하철을 타게 되면 안그러겠지 싶었습니다. 드디어 지하철이 들어오고 그 학생들도 지하철에 올라탔습니다. 문이 닫히고 출발하는 지하철 속에서도 지하철을 타게 되면 안그러겠지 하는 생각과는 달리 그들만의 크고 친근(?)한 언어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하철에 타신 모든 분들이 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랑곳없었습니다. 결국 어떤 분이 크게 주의를 주고 난 후에에야 조용해졌습니다. 소수가 있는 상황에서 그런 호통을 들었으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던 그 학생들. 역시 다수의 힘은 대단한건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그 학생들도 어쩔 수 없이 조심을 하더군요.
다시 무슨 말을 할까 귀를 기울여봤습니다. 조용하게 대화하는 그 학생들. 섬뜩(?)한 말을 하더군요.
"야! 니 남자친구랑 친구들 불러라!!"
남자친구랑 그의 친구들을 불러서 어쩌겠단 말인지... 아마도 모기업 회장처럼 하려고 했을까요??
물론 아주 극소수 학생들의 이야기이겠지만 정말 무서운 10대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에게 주는 피해는 아랑곳없는 욕설이나 큰 목소리는 비단 10대들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인가부터 TV나 영화에는 온갖 폭력이 난무하고 욕설마저 아름답게 포장되어 보여지고,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계의 언어가 특이하고 신기하니까 괜찮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되었습니다.
독일의 언어 철학자 훔볼트는 말이란 단순히 '되어진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어 내는 힘(에네르게이아, energeia)'을 가졌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마음을 먹고 어떤 일을 하려한다 해도 사회에서 쓰이는 말이 비속하고 점잖지 못하거나 우리 사회규범에 어긋난 말이라면 결코 우리 사회는 밝은 사회가 될 수 없음은 잘못된 생각일까요??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고마운 분들~^^* (61) | 2007.12.09 |
---|---|
반가운 크리스마스 트리 (26) | 2007.12.05 |
갑자기 피자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39) | 2007.11.28 |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 (88) | 2007.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