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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되돌아 보며

산타클로스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며 첫 눈을 보게 되는 확률이 높은 달인데다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감성적으로 들뜨기 쉬운 시기입니다. 앞으로 열흘정도 지나면 크리스마스가 됩니다. 크리스마스는 종교나 인종을 초월한 축제이기도 합니다. 거리마다 새롭게 리메이크된 캐럴이 울려퍼지고 다양한 장식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사람들을 한껏 들뜨게 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에 잠을 설치게 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인가부터 경기가 침체되면서 캐럴을 듣는 것이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는 일이 드물어져 안타깝습니다.
 머지 않아 좋은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크리스마스가 마냥 즐거웠던 그 때를 떠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은 언제 산타클로스의 실체를 알게 되셨나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시골에서 이사온 후 2년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시골 아이들은 주위에 큰 마트나 문구점이 없었기 때문에 도시 아이들과 달리 크리스마스나 산타클로스에 대한 환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 역시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에게 선물을 해줘야한다는 생각도 별로 없었고요. 그러다 도시로 이사오고 나서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부모님으로부터 2년정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받는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산타클로스가 큰 양말에 선물을 넣고 간다는 것을 알고서는 큰 양말을 찾는데 혈안이 되기도 했고, 우리집엔 굴뚝이 없어서 산타클로스가 내 선물을 빼놓고 가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하기도 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나서 친구들이 받은 선물과 내가 받은 선물을 비교하고서는 일년동안 나름대로 착한 일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내 선물은 왜 이렇게 작고 보잘 것 없는지 우울해하기도 했습니다. ^^;;
 요즘 아이들이야 워낙 영악해서 유치원생만 되어도 산타클로스는 부모님이거나 친척들임을 알지만 20여 년 전만해도 아이들은 참 순진(?)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행복이나 환상도 곧 깨졌습니다. 굴뚝이 없는 우리집에 산타클로스가 어떻게 들어와서 선물을 놓고 가는지 유심히 보려고 자는 척 누워있던 제게 의문의 산타클로스는 자신의 실체를 들켜버렸습니다. 제가 자는 줄 알았던 아버지께서 제 베개 옆에 로봇 하나를 내려놓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술냄새를 풍겼던 아버지는 로봇을 큰 양말에 넣어주신 것도 포장을 하신 것도 아닌 그냥 통채로 덩그러니~~ ^^; 산타클로스에 대해 막연하게 의구심을 갖고 있던 초등학교 5학년에게 산타클로스는 더 이상 현실속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기분은... 뭐랄까... 나도 이제 많이 커버렸다는 것과  크리스마스나 산타클로스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꼬맹이들만 누리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제 친구의 조카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직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너희 부모님이 산타클로스야" 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믿지 않습니다. 그 꼬마의 부모님이나 친척들은 그 순수함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계속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말해준다고 합니다.
 나중에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늘 말해줬던 부모님이나 친척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쩌면 약간의 배신감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소중한 행복을 지켜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365일이 어린이 날이고 크리스마스라고 할 정도로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랑 함께 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안타까운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곧 다가올 이번 크리스마스만큼은 값비싼 선물을 주기보다 훗날 우리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