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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되돌아 보며

2007년 최악의 사건이 될 뻔 했던 바로 그 사건...

 정말 다사다난했던 2007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바로 최악의 사건이 될 뻔 했던 '복통(배아픔)'사건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올해초인 2월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자친구와 영화 '그 놈 목소리'를 보기로 하고 약속장소로 나갔습니다. 때마침 영화시작까지 한 시간 정도 남았길래 표를 사고나서 맥도날드에서 햄버거세트 메뉴를 저녁으로 먹고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 상영시간은 약 두 시간정도. 그렇게 영화에 몰입해있다가 9시가 넘어서 극장을 나왔습니다. 시간을 보니 문구점이 문닫을 시간이 되었길래 집에서 나올때 조카들이랑 약속한 선물을 사기위해 부랴부랴 문구점으로 갔습니다. 조카들의 선물을 산 후 여자친구가 버스타고 가는 것을 보고 저도 지하철을 탔습니다. 이때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저희집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40분쯤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가고 있는데 자꾸 배가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잘못 먹은 것도 없는데 왜 배가 아프지...'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니까 제가 집에서 나온 후 영화를 보고 나와서 선물을 사고 지하철을 탈 때가 약 7시간 정도를 화장실에 가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다친데를 모르고 있다가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갑자기 아프듯이 화장실을 못 간 시간을 계산하니 갑자기 더 배가 아파왔습니다. 집까지 그리 많이 남은 것도 아니고 지하철의 배차간격이 뜸할 시각인데다 차비도 아까워서 그냥 참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결국 강한 신호를 느낀 후 세 정거장도 채 못가서 내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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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내리긴 했는데 정말 아득하게만 보이는 계단들... 보통때는 두 단씩 훌쩍훌쩍 뛰어넘던 그 계단들이 정말 태산같이 높아보였습니다. 그래도 꾸욱 참고 무사히 화장실에 도착해서 볼 일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다시 지하철을 기다렸습니다. 한참만에 들어온 지하철을 기분좋게 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신호가 오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일이 아닌 큰 일... 지하철은 저의 사정도 모르고 매정하게 출발했습니다. 저희집으로 가는 지하철로 다시 갈아타야 할 역이 얼마 안 남았는데... 다시 내릴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아~ 그 때 지하철에 타고 계신 분들은 어찌나  행복해보이던지... 결국 지옥보다도 길게만 느껴지던 두 정거장을 지나서 내렸습니다. 이번에도 보이는 계단... 태산정도가 아니라 에베레스트산보다도 높게만 느껴지던 계단을 일촉즉발의 위기를 극복하며 화장실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휴지가 없었습니다. 휴지자판기는 있었는데 100원짜리 두 개를 넣어야만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라고는 만원짜리 한 장. 역 안내실은 멀게만 보이고... 다시 힘을 내서 계단을 올라가 가게를 찾아보았습니다.

 늦은 시각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형사고 나면 집까지 걸어간다는 일념하에 겨우 찾은 구멍가게. 엉덩이를 부여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주인 아저씨로 보이는 분은 술을 한 잔 하고 계셨습니다.
 
 "아저씨, 휴지 어디있습니까???"
 "저기~ 저기 있소."
 "안보이는데 좀 찾아주시겠습니까?? ㅠㅠ..."

  술에 취한 주인 아저씨는 대형사고를 앞둔 제 속도 모르고 어찌나 느릿느릿 움직이시던지... 그렇게 휴지를 사고 다시 지하철역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어김없이 에베레스트산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조심조심 내려갔습니다. 느낌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겨우 내려와서 화장실을 들어갔더니 화장실 리모델링중이라 간이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총 3개중 첫 번째 칸의 문을 열었는데 아름다운 꽃(?)이 흥건히 피어있었습니다. 아... 이젠 못 견디는데... 마지막 힘으로 두 번째 칸의 문을 열고 무사히(?) 안착했습니다. 엄청난 양... 무진장~~ 아주~~ 초대형 사고가 날 뻔 했었습니다. 속에 있던 것이 모조리 다 나온듯... ^^;; 비로소 그제서야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이고 이루말할 수 없는 평온함이 몰려왔습니다. 역시 사람은 생리현상이 해결되어야 사람다울 수 있나봅니다. ㅎㅎ

 산고를 겪은 산모마냥 엄청난 전쟁을 치르고 집으로 오는 지하철의 막차를 탔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를 수십번 넘기며 돌아온 집이기에 어찌나 반갑던지... 이 고통을 느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다음날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는데 친구들의 한 마디는 저를 멍~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휴지사러 갈 정신이 있었으면 별로 안 급했나보네~ 그렇게 급했으면 양말이나 속옷을 써야지......"

 그렇습니다... 무조건 휴지만을 생각하고 양말과 속옷을 이용할 생각을 못했던 것입니다. 정말 제가 덜 급했었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나 허탈하던지... 이후 저는 꼭!! 휴지를 챙겨다닙니다.

 참 지저분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정말 올해 최악의 사건이 될 뻔 했던 이 사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지하철에도 기차처럼 화장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얼마전 서울 지하철 기관사분들의 이야기이지만 장시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어서 음식이나 물조절 때문에 애를 먹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같이 위급(?)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기관사분들을 위해서라도 지하철안이나 타는 곳에 화장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